함부로 마침표를 찍지 마십시오 (롬 11:25-32)
살다 보면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다고 느끼는 순간을 마주합니다. 여러 번 기회를 주었고 기다렸지만 끝내 변하지 않는 사람을 볼 때, 우리는 조용히 선을 긋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립니다. 그 사람의 완고함에 지쳐 관계의 마침표를 찍고 더는 기대하지 않기로 결심합니다. 내 기준에서 그것은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를 완전히 포기하는 바로 그 자리에서, 실은 가장 큰 오해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내 시선에는 완고하게 닫힌 벽처럼 보이는 그 사람의 상태가, 하나님 앞에서는 더 큰 자비를 베푸시기 위한 섭리의 과정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울은 완고하게 복음을 거부하던 이스라엘을 바라보며 깊은 탄식과 절망에 빠지는 대신, 하나님의 측량할 수 없는 지혜를 바라보았습니다.
"하나님이 모든 사람을 순종하지 아니하는 가운데 가두어 두심은 모든 사람에게 긍휼을 베풀려 하심이로다"(롬 11:32).
바울이 깨달은 복음의 신비는 놀랍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불순종과 거절마저도 모든 이에게 긍휼을 베푸시는 도구로 바꾸어 내십니다. 지금 그 사람이 완고함 속에 갇혀 있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하나님의 손길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사람의 사랑은 실망이 쌓이면 식어버리고 한계를 드러내지만, 하나님의 부르심과 은혜에는 결코 후회나 포기가 없습니다.
돌아보면 나 역시 대단한 자격이나 의로움이 있어서 구원을 얻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알지 못하고 완고하게 내 고집대로 살아가던 때에, 값없이 거저 주어진 긍휼을 먼저 입었을 뿐입니다. 내가 과거에 조건 없는 자비로 살아났다면, 오늘 내 곁에 있는 그 사람 역시 여전히 하나님의 깊은 구원 계획 안에 머물러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내 조급한 잣대로 누군가의 삶에 함부로 마침표를 찍지 않아야 합니다. 내가 두 손을 놓고 돌아선 그 자리에서도, 하나님의 신실하신 사랑은 여전히 일하고 계십니다. 사람의 완악함보다 하나님의 자비가 언제나 훨씬 더 큽니다.
오늘 내 마음속에서 이미 포기하고 선을 그어버린 그 사람을, 하나님의 긍휼이라는 시선으로 다시 바라볼 수 있습니까?
🗂 이 글의 정보
- date · 2026-09-04
- track · 하루묵상
- scripture · 로마서 11:25-32
- type · 묵상
- tags · 하루묵상, 로마서, 롬, 로마서 11장, 로마서 11:25-32
ℹ️ 이 글의 ‘칼빈’·‘라이트’는 역할을 나누기 위한 에이전트 별칭이며, 실존 신학자 개인이나 그분들의 견해를 대변하지 않습니다. 실존 인물의 주장은 본문에서 출처와 함께 3인칭으로 인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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