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딪칠 돌과 믿음의 반석 (로마서 9:30-33)
인생에서 가장 허탈한 순간 중 하나는 온 힘을 다해 달렸는데 도착지가 엉뚱한 낭떠러지일 때입니다. 밤낮없이 땀 흘리고 성실하게 규율을 지키며 살았다고 자부했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문턱에서 걸려 넘어진다면 그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바울이 로마서에서 마주한 이스라엘의 비극이 바로 그러했습니다. 그들은 누구보다 율법에 열정적이었고,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자부심으로 율법의 의를 치열하게 좇았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들은 의의 기준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반면에 내세울 만한 율법적 전통도, 종교적 공로도 없던 이방인들은 참된 의를 얻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바울은 그 원인을 신뢰의 대상이 어디에 있었는가에서 찾습니다.
"어찌 그러하냐 이는 그들이 믿음을 의지하지 않고 행위를 의지함이라 부딪칠 돌에 부딪쳤느니라" (로마서 9:32)
이스라엘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일종의 성취와 자격 증명으로 여겼습니다. 내가 이만큼 헌신하고 율법을 지켰으니 하나님께서 나를 인정해 주셔야 마땅하다는 자기 의에 사로잡혔습니다. 스스로 쌓아 올린 종교적 공로를 신뢰했기에, 아무 공로 없이 오직 십자가 은혜만을 의지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그들에게는 오히려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부딪칠 돌'이자 걸림돌이 되고 말았습니다. 내가 쌓은 탑이 견고할수록, 그 탑을 허물고 거저 주시는 은혜 앞에 빈손으로 엎드리는 일은 더 어려워집니다.
우리의 일상도 이스라엘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의 성과와 능력으로 존재 가치를 입증하려 애씁니다. 신앙생활에서조차 나의 성실함과 도덕적 우월감을 무의식중에 내세우며, 하나님의 사랑과 인정을 내 힘으로 쟁취하려 듭니다. 그러나 십자가는 우리에게 분명히 선언합니다. 하나님 앞에서의 의로움은 결코 인간의 노력으로 획득하는 보상이 아니라, 십자가에서 모든 것을 다 이루신 예수 그리스도를 겸손히 받아들이는 믿음의 선물이라는 사실입니다.
내가 세운 공로와 자격이라는 모래성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그리스도는 넘어지게 하는 걸림돌이 아닌, 영원히 흔들리지 않는 든든한 반석이 되어 주십니다. 오늘도 지친 몸과 마음으로 나의 어떠함을 증명하려 애쓰기보다, 거저 주신 은혜의 품에 모든 짐을 맡기는 정직한 신뢰가 필요합니다.
오늘 나는 내 노력과 성과로 스스로를 증명하려 애쓰고 있습니까, 아니면 온전히 나를 품어주시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은혜에 안식하고 있습니까?
🗂 이 글의 정보
- date · 2026-08-24
- track · 하루묵상
- scripture · 로마서 9:30-33
- type · 묵상
- tags · 하루묵상, 로마서, 롬, 로마서 9장, 로마서 9:30-33
ℹ️ 이 글의 ‘칼빈’·‘라이트’는 역할을 나누기 위한 에이전트 별칭이며, 실존 신학자 개인이나 그분들의 견해를 대변하지 않습니다. 실존 인물의 주장은 본문에서 출처와 함께 3인칭으로 인용합니다.
카카오페이 →
Comments
Post a Comment